취재. 박수현 기자석촌호수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나오는 송파구의 어느 사무실. 각종 오일과 캔들로 가득 찬 서랍. 조그마한 작업실이지만 여럿이 둘러앉으면 아늑해지는 이 공간. 향을 만들어 내는 강해미 소장(아로마테라피스트)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공방과는 달라요. 교육을 통해서 전문인을 양성하죠.” 나만의 향을 찾아평소 아로마 연구와 교육공간으로 활용되는 이곳. 책장에는 아로마테라피에 관한 각종 서적들이 빼꼭히 꽂혀있다. “연구소 회원들과 공부한 것들을 모아서 꾸준히 저널로 펴내지요.” 20여 년 넘게 아로마 한길만 걷고
여행이 선명해지는 동행 - 여행가이드취재. 박수현 기자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저녁, 우산 쓴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부부, 아빠와 딸, 다정한 연인들. 모두 덕수궁 가이드 투어를 기다리는 중이다. 돌담길의 불빛이 빗속에서 더욱 아른거리는 가운데 마이크를 손에 든 누군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이번 투어에서 여러분들을 안내할 이유경입니다!” 박수 소리가 끝나고, 곧이어 그가 가방에서 수신기를 꺼내어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 “오늘 비가 꽤 내리지만, 곧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실 거예요
취재. 박수현 기자부산진시장 상가 건물에서 벗어나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골목 사이로 보이는 정갈한 간판 하나, 오고파 한복. ‘1961년, 김순희 1대 대표 부산 국제시장에서 개업’ 가게 앞에 걸려있는 연혁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어서 오세요!” 문 열리는 소리에 버선발로 맞이하는 김민지 디자이너(금정교당)와 그의 어머니 박영옥 대표(부산교당). 마네킹에 걸려 있는 한복들이 고운 색감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중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여러 가지 색깔의 원단들은 장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아직 한적
취재. 박수현 기자경기도 김포시 통진도서관 1층에 위치한 북카페 ‘그래도(島)’. 다소 한가한 평일 오후 2시. 도서관 이용객들과 아직 따가운 햇볕을 피해 들어온 직장인들이 담소를 나누는 중이고, 카페 주방에선 앞치마를 입은 직원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차가운 얼음 잔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들어가고 직원 소윤(가명)씨가 외친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이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이다. 김포시장애인복지관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하여 만들어진 이곳은 자립 훈련의 생생한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단순한 복지
취재. 박수현 기자어린이들의 인기 상품에 언제나 손꼽히는 장난감. 신나게 놀다 보면 금방 망가지기 일쑤다. 이렇게 망가진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병원이 있다. 바로 장난감 병원 ‘장난이 아니야!’다. 솜이 빠진 인형들, 손때 묻은 장난감 건반, 바퀴가 달아난 미니카까지…. 모두 오케이다.동작구 상도동 주택가에 위치한 상도어울마당. 카페 옆 출입문을 지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동네 아이들의 쉼터 ‘포동포동 놀이터’가 보인다. 꼬마 미끄럼틀과 편백나무 조각으로 가득 채운 큐브존. 그 사이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무언가를 뚝딱
뜨거운 태양 아래 푸른 바다,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부산 해운대.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햇볕이 쨍쨍하게 쏟아지고 있다. 아직 한가한 해변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나 둘 하나 둘.”구조용 튜브를 챙겨 들고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 ‘베이워치’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운대 민간수상구조대’이다.구조대의 일상붉은색 망루 위로 올라선 구조대원들이 주변을 유심히 살핀다. 허우적대는 사람은 물론이고 정해진 구역 밖으로 헤엄치는 이들도 재빨리 찾아내는 것이
또 하나의 작별, 반려동물장례식장영원히 사랑해!취재. 장성문 객원기자햇살이 포근히 시설을 감싸는 이곳은 전북 임실에 위치한 오수펫추모공원. 전국 최초의 공공 반려동물장례식장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존엄히 다음 세상으로 배웅하는 이곳은 오늘도 엄숙한 통과의례를 통해 반려동물과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주고 있다.염부터 안치까지“염습부터 관, 수의, 화장과 안치까지 기본적으로 사람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려동물 장례절차를 설명하는 최명주 장례지도사. 일을 당해 추모공원에 오면 처음 하는 일이 장례절차를 결정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진을 찍습니다가족, 표정을 담다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사진작가가 크게 웃자 사람들의 얼굴 근육이 이완된다. 강해져야한다고, 쉬워보이면 안된다고 스스로 되뇌던 주문이 무장해제되고, 평소 남에게 보일 수 없던 나만의 미소가 드러난다. 우리가 잊고 있던 그 표정….벚꽃이 수원 화성에 만발한 봄. 버드나무가 물가를 스치는 행궁동 수원천에 위치한 특별한 사진관을 찾았다. ‘행궁동사진관’. 어떤 꾸밈도 들어있지 않은 ‘나만의 미소’와 닮은 명명. “예쁜 사진은 본연의 모습에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알 수 없지만 행복할 때 지어지는 미
성장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요?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과정, 만학도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인간의 내공은 어디에서 올까? 한 마디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배움으로써 영혼이 채워진다”는 만학도 박민숙 씨는 해답의 소맷자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역내 중장년층의 인생 후반기를 지원하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만난 박 씨의 첫인상은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허리가 굽지 않고 만나는 모든 일에서 재미와 깨달음을 얻는 듯 보였다.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제게는 배움의 기쁨이죠. 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도 생기지 않았을까요?”오
음악을 곁에 두면행복해져요아이들의 정서가 함양되는, 피아노학원취재. 장성문 객원기자“따라단단 따라단단 딴딴!”피아노 소리가 평온한 오후를 채운다. 경쾌한 건반 소리에 마음도 덩달아 밝아지고 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학원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곳은 충남 홍성의 한 피아노학원. 편안해보이는 외관만큼이나 음악으로 따듯한 곳이다. 아이들은 재능을 키우고 정서를 함양하며, 성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힐링한다. 그 가운데 원생들의 재능을 돋우고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나미숙 원장이 있다. “지금으로 말하면 초등학교 2학년 때 커서 피아노
밀막걸리 한 사발,속이 훈훈해지다풍요와 정과 술을 빚다, 양조장취재. 장성문 객원기자뽀얀 빛깔에 시큼하니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감싼다. 뽀글뽀글- 기포 터지며 들려오는 술익는 소리. 평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기자도 침이 꿀꺽- 아~ 한 사발 고프다! 이곳은 충남 예산의 한 전통양조장.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전통 방식을 고수한 술맛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특히 대부분의 양조장이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반면 이곳에서는 밀막걸리를 빚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암양조장의 하루는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4시에 시작된다. 간밤에 술이
고귀한 출산에동행하는 마음새로운 시작의 든든한 조력자, 조산사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엄마, 아기가 힘드니까 호흡을 조금만 더 해보자. 엄마가 조금만 노력하면 돼!”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기대와 두려움 가득 안은 10개월의 여행. 여기에 든든한 동행이 있다. 바로 조산사들의 이야기다.“엄마 감정도 챙겨야 하고, 몸도 만들어줘야 하고, 출산 때도 함께 해요. 일반 간호사보다 조금 특별한 역할이죠.” 올해로 25년 차 박길순 조산사의 설명. 어느 의료인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조산사가 다루는 영역은 의료적인 부분을 넘어 보다 전인적이
따뜻함 품고 오래오래검댕 속 온기를 전하는, 연탄공장취재. 장성문 객원기자하나, 둘…. 갓 태어난 연탄들이 대열을 갖춰 나온다. 나자마자 출전인 것이 슬픈 운명일까, 연탄은 곧바로 트럭에 실려 추위를 물리치러 달려간다. 이곳은 강원도 영월의 한 연탄공장. 하늘이 푸르고 산은 높은 만큼 날이 차건만 아침부터 공장은 분주하다. 벌써 트럭 여러 대가 배달할 연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 직원들도 배달원들도 연탄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연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무연탄 가루가 분쇄기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
구두광에 담는 삶의 지혜‘뚝딱뚝딱’ 뭐든지 고쳐내는, 구두방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이거는 만능박사, 맥가이버가 돼야 해. 손님들은 보면 딱 알아. ‘아 여기는 잘 하는구나.’ 그러니까 손님 마음에 들게 해야 해. 돈이 문제가 아니야. 손님 마음에 들면 비싸도 ok고, 싸도 개떡 같으면 다신 안 와.”전자제품과 손목시계의 메카 종로 세운스퀘어 앞 노상 구두방. 그 좁은 공간에 한 사람의 삶과 꿈이 웅크리고 있다. 서울에서만 구두방을 운영한 지 50년. 주웅철(74) 씨는 그렇게 구두와 한 인생을 같이 했다. “가죽은 거의 귀신이지.
매끈한 백미에 새겨진70년 나이테배는 든든히, 정은 풍요롭게, 정미소취재. 장성문 객원기자낡은 나무벽과 함석지붕의 건물이 길가에 덩그러니 서있다. 입구에 걸려있는 목간판과 그 옆의 ‘장날은 쉰다’는 표지판에는 ‘열락처(연락처)’가 적혀있다.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오는 세월의 고즈넉함이 온몸에 스며든다. 이곳은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에 위치한 가상정미소. 정미소가 하나둘 사라지는 시대에 긴 세월을 견디며 호젓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500년 된 마을 수호수 옆에 선 정미소는 수호수보다 더 힘겨워 보이지만 여전히 기계가 돌아가고
오늘도 쓸고 닦는세상의 한 모퉁이보이지 않는 수고로움, 청소미화원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익산시 원광대학교 평생교육원.‘쓱- 쓱-’ 아침부터 싸리비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주차장을 쓸고 있는 한 사람. 평생교육원 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두계순(법명 계환, 영등교당) 미화원이다. 걸을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솔잎, 백일홍 꽃, 담배꽁초 쓰레기들이 도로에 쌓여있다. 싸리비를 가지고 같이 쓸기 시작한다. “기자님 부모님이 보면 화내시겠네!”라며 그녀가 말린다. “괜찮다”며 같이 쓸기 시작하는데, 나뭇잎이란 게 쓸어도 끝이 없다. “잎이 계
자연 그대로의 농사,해보겠습니다땅과 함께 성장해가는, 청년농부 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충남 홍성군 홍동면. 하늘은 푸르고 땅은 드넓다. 평야로 이뤄진 이곳은 멀리까지 논밭이 펼쳐져 여름이면 초록의 생명 에너지가 아지랑이 되어 대지에 꿈틀댄다. 이곳에 홀로 조심스레 땅을 굽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40도에 달하는 뙤약볕에 이미 셔츠와 수건은 땀범벅. 하지만 오감으로 자연의 신호를 감지하며 바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그는 귀농 4년차 청년농부 변중섭 씨. 3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올해 자신만의 농사를 시작한 초보 농부다. “그동안은
그들의 행복을고민하다건강한 방생을 위하여, 야생동물센터취재. 장성문 객원기자뒷길을 돌자 야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 다가가자 느껴지는 독특한 소리와 냄새. 높고, 날 것의, 축축한 느낌이다. 이곳은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서울 25개구 야생동물들의 건강한 삶을 돕는 이곳에는 센터장 이하 여러 수의사와 재활관리사들이 야생동물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까마귀·까치·비둘기부터 시작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수리부엉이, 포유류 고라니·너구리까지 수십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센터에 머물고 있다. 부산스럽게 울고, 날고, 움직이는 동물들. 새 날이
우리들의 분리수거,잘 되고 있나요?집 앞도 지구도 쾌적, 재활용품 선별장취재. 장성문 객원기자전북 익산시 부송동에 위치한 재활용품 선별장. 등허리에 짐을 가득 실은 수거운반 차량이 줄을 지어 들어온다. “오라이 오라이~” 이윽고 차량 뒤편이 열리며 그물망과 마대자루가 쏟아진다.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회용품들이다. 생활폐기물이 하차되자 모여드는 작업자들. 모두 마스크와 안전모로 중무장이다. 어느덧 높게 쌓인 폐기물들이 착착 정리되기 시작하는데…. 선별 작업이 필요한 플라스틱류와 유리·병캔류는 1층 컨베이어벨트로, 폐비닐류는
“두근두근” 나무의 심장이 뛴다원목의 멋과 맛과 향, 목재소취재, 장성문 객원기자강릉 입암동에 자리한 중앙제재소.산처럼 쌓인 목재들과 풍겨오는 소나무향, 새들의 노래 소리가 평화롭다. 넓은 부지에는 수십 년된 원목들이 가공을 기다리고, 어두운 작업장에는 세월이 묻은 장비들과 건조 중인 목재들이 웅크리고 있다. 녹슨 회색 공장과 초록 숲이 어우러진 이질적인 공간이라고 할까. 잠시 후 제재소로 들어오는 트럭 한 대. 중앙제재소 이용중 대표다. 오죽헌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원목을 납품하고 돌아온 참이란다. “강릉에는 오래된 고택과 문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