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와서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물어온다면! 단연 운전을 꼽고 싶다. 나는 매주 아이들 차량 운행을 나가고 있다.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법회를 위해 8시 50분경 채비를 하고 교당을 나선다. 동쪽 함덕을 향해 달려 작은 어촌마을에서 학생 둘을 태우고 제주 시내로 나오는 길목에서 아이들을 차례로 태운다. 일요일이면 왕복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고 있다. 매월 제주국제훈련원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캠프라도 가려면 동쪽 함덕에서 서쪽 애월까지 달려야 하니 왕복 운전은 4시간을 훌쩍 넘어버린다. 또한 제주도는 운전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처음엔 적응하는데 참 많이 힘들었다. 

운전대만 잡으면 예민해지고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니, 법회 날만 다가오면 운전할 생각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고민을 한 도반에게 털어놓으니 ‘운전 명상’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 마음 돌려보고, 어차피 주어진 그 시간을 ‘아이들과 더 밀도 있게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날을 계기로, 한마음 챙기고 한마음 돌려 본다. 예민함을 내려놓고, 바빠지는 마음을 돌려 여유를 갖고, 아이들에게 지난 안부를 묻는다. 교당만 오면 자기들끼리 노느라, 핸드폰 보느라 바빴던 아이들이 차만 타면 재잘재잘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부모님 이야기, 친구 사이, 개인적인 고민, 이성 문제 등 어디서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교무님에게 꺼내놓는다. 모든 고민과 한 주의 이슈들이 달리는 스타렉스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교무님과 달리는 차 안은 아이들의 ‘대나무 숲’이 된다.

교당 안에서는 절대로 진득하게 꺼내놓지 않았던 속 이야기들을 차량 운행하는 시간을 통해 이야기 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그 뒤로 신기하게 운전이 힘들지가 않다. 아이들을 찐하게 만나는 시간이자,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며,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시간이 된다. 

올해 중학교에 가는 서연이가 열심히 운전하는 나에게 “‘교무님 테라피’를 아세요?” 라고 묻는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일주일에 한 시간. 교무님과 이야기를 나눠야 그 힘으로 또 일주일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서연이와 차 안에서 서로 울고 웃으며 진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나눴던 것 같다. 서연이는 전문 상담 교실보단 교당이라며, 이상하게 교무님한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열 개의 학교보다 하나의 교당이 더 대단하다며 어서 곳곳에 교당을 더 짓자고 한다. 그래서 모든 친구들이 ‘교무님 테라피’를 함께 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 말이 진한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이 맛에 교화하는구나 싶으며,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씻겨 나간다.   

 


 

양진경 교무님은 푸르른 제주교당에서 어린이, 학생, 청년법회를 담당하며 청소년들에게 평생 잊지못할 교당의 추억들을 선물하고 있답니다. 진심은 통하는 법, 제주교당 청소년 교화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요! 제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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