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레즈노교당①

글. 우제훈 교무  

 

프레즈노는 캘리포니아의 중간 지역에 동쪽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세콰이어·킹스캐년 국립공원이 있는 경치 좋고 한적한 도시이다. 물론 인구는 약 70만 명이나 되는 도시이다. 그곳에 멋지게 지어진 프레즈노교당에서 교화를 하고 있다. 30여 명의 현지인 예비교도들이 있건만 다 모인 적도, 또한 서로서로 얼굴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늘도 새로운 현지인과 함께 명상 법회를 보게 된다. 

방석을 깔고 앉아, 염불 15분에 좌선 30분으로 이어지는 명상을 현지인 예비교도들은 곧잘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교 후, 문답감정의 시간을 잠깐 갖는다. 어느 날은 예비교도의 질문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다가도 어떤 때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날도 더러 있다. 이런 날은 조용히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한다. 그러면 상대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염화미소가 피어났구나.  

우리 모두는 사람으로 태어나 같은 인간의 삶을 살아도 전생에 준비한 물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준비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는 또한 각자 본인들이기에, 한국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또한 한국에 살든 미국에 살든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준비된 물감이 무엇이고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고 배운 내가 써본 적도 없는 미국말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고 미국말을 쓰는 현지인 예비교도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교무가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전법 사도의 길을 세계 여러 곳에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연꽃이 피어날 때, 하나도 같은 연꽃이 없듯이 우리들 마음속의 연꽃들도 만 가지 모양과 만 가지 색상을 가지고 피어난다. 그 만 가지 모양과 만 가지 색상을 잘 표현하여 각자의 연꽃을 보게 하는 것이 나의 숙제이고 해외 교화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설교는 한 편이지만 만 가지의 모습으로 저절로 번져나가는 것이기에 진리를 깨닫는 우리들에게 법을 전하는 일은 부담을 가질 일도 아니며, 어려운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언어에 대한 괴로움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영어든 국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늘도 교무님들의 설교 혹은 말씀, 표정의 연꽃을 바라보며, 염화미소가 피어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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