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다. 우리 이번 봄에는 꼭 어디든 가자.”

친구와 카톡으로 이런저런 답답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마지막 대화는 “여행 가고 싶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진짜 여행을 가고자 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말이다. 실제로 친구들과 여행계를 들고 있지만, 이제는 다들 본인의 일정만 맞춰 홀연히 떠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날도 친구들과 “여행 가고 싶다. 어디든 가고 싶다. 혼자 떠나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다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이번에 출장 어디가? 기차 타고 가는 거야? 나도 같이 가고 싶다.” 가끔 출장지가 멀어 ‘기차 타고 시외버스 타고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었는데, 한참 육아로 힘들었던 친구들에게는 이것 또한 자유로 느껴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터미널에서 터미널, 그리고 목적지, 그리고 터미널이다, 다른 건 구경 못하고 온다”며 내 힘듦을 알아달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다 ‘언제 또 그곳에 갈 일이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기차 타는 일도 자유로 느껴지는 데 왜 즐길 수는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을 다 하고 나면 서울로 돌아오는 게 일인 마음 조급한 뚜벅이에게는 지역 맛집 찾기, 근처 구경하기는 어림도 없는 일. 가장 쉽고, 시간 안 드는 일로, 출장지의 기차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을 사진 찍기 시작했다. 여행 블로그처럼 멋진 사진이 아닌, 기차역과 터미널 간판만 나오는, 두 번 찍는 일 없는 인증샷은 조금의 효과가 있었다. 여행자다운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달까. 물론 여전히 차 시간을 확인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제는 터미널에 앉아 시계만 째려보는 대신 근처 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무작정 걸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가장 맛있는 붕어빵도 만났고, 가장 먼저 봄꽃을 보았다. 

일상이 여행이다. 일상을 여행자처럼 여유롭게 바라보면 특별하고 소중한 하루가 된다는 말일까….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한 나는 ‘사진찍기’로 그 스위치를 켠다. 일상이 여행이 되는, 여러분의 스위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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