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힘이 있다. 난 맛있는 걸 먹으면 정말 행복해지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은 더할 나위가 없다. 

같이 밥을 먹으면 뭔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가족’을 또 다른 말로 ‘식구(食口)’라고도 한다. 식구는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난 밥을 한 끼 같이 먹으면 괜히 소소한 정이 드는 것 같다. 

음식 중에서도, 외식보다는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 최고다. 마음에 콕 박힌! 생각나는 ‘밥상’이 우리네 마음속에 한두 개씩은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기억나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정토회관에서 학생회를 다닐 때 교무님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이다. 원불교 품 안에서 나고 자라며 수 많은 교무님들께 밥을 얻어먹었겠지만, 열반하신 해타원 이화준 교무님이 만들어준 떡볶이는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설탕 대신 달달한 홍시를 넣어 ‘감씨’가 떡볶이 속에서 굴러다녔는데 그게 퍽 재밌기도 했고, 어린 마음에도 건강을 생각해서 음식을 만드신 교무님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나고, 떡볶이를 담고 있던 그날의 접시마저도 떠오른다. 

교무님의 떡볶이를 먹고 감동을 받아서였을까! 내 교화 무기 중 하나는 바로 ‘요리’이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밥을 해줄 생각은 없었다. 사서 먹이면 얼마나 간단하겠냐마는 신규 때 어려운 충북교구에 발령을 받으며 부임시 전달받은 청소년 교화비로는 치킨도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식재료를 사거나, 교당 냉동고를 털어가며 여러 음식을 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떡볶이도 만들 줄 몰라 시판 소스를 사서 쓰다가 나중에는 그마저도 돈이 아까워서 그냥 내 마음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역시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을 낼 줄도 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준다. 가끔 외식을 하기도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교무님이 만들어 준 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교무님이 만들어 준 따끈한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서로 다른 우리가 마치 한 식구, 한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핵가족화 되어 가며 서로 온기를 잃어가는 현대사회가 되어 갈수록 대산 종사님의 법문 ‘교화 삼단’ 중 ‘자비인정교화’가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좀 수고스럽더라도 열심히 아이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밥상 위에 가득한 온기처럼, 우리 사이에도 따스한 온기가 더욱 흐르길 염원하며…. 교무님의 정성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커나가서 교단 2세기를 열어갈 주역들이 되고, 세상에서도 꼭 필요한 귀한 사람들로 커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앞치마를 둘러메고 즐겁게! 부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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